우리 집도 정원이 있어!
어린 시절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집집마다 작으나마 정원, 폼 나게 말하자면 가든이 있었다. 철이네는 봉숭아물 들이고 종이네는 채송화, 길 건너 큰 기와집 가든은 어린 내가 보기에도 그 집 딸내미가 이뻐서인지 꽤나 이뻤다. 미루나무를 기둥삼아 나무대문이 달린 동네에서 유일하게 초가집이었던 우리 집은 찾아오시는 분들이 꽃집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게 빨랐을 만큼 수많은 꽃과 나무가 어우러져 있었다. 5학년 여름방학 촌놈은 서울로 전학가고 방학이 되면 예닐곱 시간 걸리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는데 몇 시간 연착은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. 그 어느 여름 여전히 연착된 기차를 내려 달님 따라 다다른 집대문을 여니 툇마루까지 길 양옆 글라디올러스 꽃과 잎사귀 위 수많은 이슬방울에 스며든 백열등 빛은 그야말로 보석이었다. 순간 걸음을 내닫지 못하고 멍히 서 있던 나에게 한걸음에 달려오신 어머니. 누구나 그 때는 나름 정원을 갖고 있었다. 낚시대 드리운 석촌호수 옆으로 덤프가 흙먼지 날리더니 여기저기 솟아오르던 높은 주거지, 그 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차츰차츰 저 멀리 땅 끝까지 아파트로 덮여가면서 정원은 남의 나라 일처럼 되어버렸다.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는 정원에 대한 그
- 전효찬 연세수목화치과 원장
- 2021-08-30 09:56